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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지기도 봉행
글쓴이 석가사 등록일 2012-12-25
첨부파일 201212252024521.JPG 조회수 852



세월이 참 빠르죠?
벌써 동지가 되었습니다.
동지는 예로부터 '작은 설'이라 하였는데
어찌 보면 '진짜 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태양을 도는 지구가 드디어 반환점을 지나는 날이고,
그동안 나날이 짧아지던 낮의 길이가 이 날부터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치성하던 음의 기운이 쇠하고 양의 기운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날,
빛의 부활.. 바로 그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먹으면서
나이도 한 살 먹는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설날이야 뭐 그냥 달력 상의 상징적인 설이라고 한다면
이 동지야말로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진짜배기 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동짓날 왕이 신하들에게 달력을 나눠주고 연회를 베풀었다고 하고
백성들은 팥죽을 쑤어 고사를 지내면서 팥죽을 집안 여기저기 놓고
대문에 팥죽으로 임금 왕(王)자를 써놓아 나쁜 귀신을 쫓았다고 합니다.
귀신이 그걸 보고 감히 못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만약 그 글자를 대문 안에다 써 놓으면..
귀신이 일단 들어온 다음에 못 나가는 걸까요? ㅎㅎ

그리고 그 동지 팥죽을 먹으면 잔병치레를 안 한다고 믿었고
팥죽을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정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동지팥죽에는 아주 흥미로운 의미와 상징성이 담겨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어느 목사님 얘기.. 유머 들려드린 적이 있죠?
6.25때 종교인이라면 마구 처형하는 인민군에게 잡힌 어떤 목사님이..
인민군이 "당신은 직업이 뭐요?"라고 묻자 "저는 약장사입니다."라고 했다는..
"무슨 약을 파냐?"고 묻자 "예, 저는 신약과 구약을 팝니다."
인민군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그냥 풀어줬다는 유머 ㅎㅎ

목사님이 파는 약이 신약과 구약이라면 스님이 파는 약,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하는 무엇일까?.. 하면서

불교의 '약'에 대해서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약사여래, 약왕보살, 법화경 의사의 비유, 제석천의 약..
전설적인 만병통치약 아가타약과 감로수를 말씀드렸습니다.
불로 불사, 기사회생의 묘약..
그것은 궁극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합니다.

왜 동지팥죽 얘기하다가 약 얘기를 하냐 하면..
이 동지팥죽이 '약'이기 때문입니다.

자, 팥죽의 상징성을 살펴보면
그 붉은 색은 태양을 뜻하고, 옹심이는 달, 하얀 밥알들은 별을 뜻한다고 합니다.
붉은 색은 곧 그런 빛, 광명을 상징하여.. 그런 빛의 위력으로
밝음을 무서워하는 악귀들을 쫓아 버리는 것이죠.
밝음, 광명.. 우리 불가에서는 광명(光明)은 곧 불법을 뜻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지혜광명, 자비광명, 시대명주.. 등 이라 말하고
지혜가 없이 어리석은 중생심을 무명(無明)이라 하잖아요?
그러니까 붉은 팥죽은 광명을 뜻하고
광명은 부처님 가르침을 뜻하니까
팥죽은 곧 불교에서 말하는 '묘약'과 통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팥죽을 보면서 생각나는 보살님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대세지보살님이십니다.
대세지보살님은 화관(모자)에 보병(호리병)이 있는 게 특징인데
그 보병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일반적인 설명은 그 보병에 '서수'라는 신비한 물이 들어있는데
중생들의 업병을 낫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스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 보병에 '빛'이 들어있다고 하시더군요.
해와 달, 별빛을 모아 간직하고 있다가
그 광명으로 중생들의 업병을 낫게 해주신다는 것이죠.
그것은 서수라 하든, 광명이라 하든 어쨌거나 약인데..
팥죽 속에 태양과 달, 별의 상징이 들어있음과 매우 비슷합니다.
그래서 팥죽은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면서, 이 춥고 힘든 겨울도 내리막이라는 희망..
팥죽으로 악귀도 막고, 액땜도 하고.. 그래서 나쁜 일이 없을 거라는 희망..
음의 기운이 쇠하고 양의 기운이 늘어나듯이, 나도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
그래서 지치고 힘들고, 또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업(up) 시켜주는 효과..
이런 맥락에서 팥죽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어

마음을 치유해주는 훌륭한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팥죽은 실질적으로 몸에도 '약'이 된다고 합니다.
팥죽은 영양학적으로 양기를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으며
한의학적으로는 냉기를 빼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 의원은 멀고 약은 귀할 때, 감기가 심하게 발전해 폐렴이라도 걸리면 상당히 위험했죠.
그런데 팥죽으로 면역력이 높아져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면.. 참으로 훌륭한 '약'입니다.
경전에도 '삼신죽'이라 해서, 팥과 찹쌀로 쑨 죽이 냉기를 치료하는 약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팥에는 머리를 좋게 해주는 성분이 있어서 팥죽을 '지혜죽'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서당에서 책거리할 때 시루팥떡을 해다 주었다고 합니다.
공부하느라고 머리 많이 썼으니까, 이거 먹고 뇌기능 보충하라고 말이죠 ㅎㅎ
그러니까 팥죽은 마음뿐 아니라 몸을 건강하게 하는 좋은 '약'이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동지는 사회도 건강하게 합니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동짓날 빚 청산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돈을 빌려간 사람들 중에서 정말 도저히 갚을 능력이 안 되는 불쌍한 사람에게
그동안 빌려간 빚을 청산해 주는 것이죠.
그 사람에게 인생의 빛, 인생의 희망을 준 것입니다.
그야말로 보시요, 베품이요, 상생입니다.
강자가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지 않고 이렇게 약자를 배려하고 보듬을 때라야
비로소 그 사회가 건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악착같이 부(富)를 탐하는 요즘의 사회풍조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아름다운 풍습이 아닐 수 없는데..
그 미풍양속은 어디로 갔을까요?

어쨌거나 우리 조상님들은 이렇게 동지팥죽을 먹으면서
나의 마음과 몸은 물론 사회까지 건강하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셨으니
참으로 흥미롭지 않습니까?


우리도 동지팥죽 먹으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메시지..
부처님의 지혜와 마음의 평안, 그리고 몸의 건강.. 사회의 건강까지
그 멋진 메시지도 함께 내 것으로 소화해서
내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훌륭한 묘약으로 삼읍시다.

동지팥죽 한 숟가락에

해와 달, 별빛도 가득 담아..

메리 동지 ~


 

천수경 종강일
분당경찰서 동지팥죽 나누기한 날